[안갯속 2022 대입] 양의 탈을 쓴 늑대, 그 이름 ‘수능 절대평가․원점수제’

《국가교육회의가 16일(월)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이하 이송안)을 국가교육회의로 보낸 데 따른 조치다. 교육부는 11일 이송안을 발표하면서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교육회의의 숙의 및 공론화를 거쳐 대입제도 개편 방향을 확정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2022학년도 대입 개편은 종전처럼 교육부가 단독으로 대입제도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국가교육회의가 여론 수렴을 통해 권고안을 내놓으면 이를 토대로 다시 교육부가 개편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보니 11일 발표됐던 이송안에도 여러 안건들이 명확한 방향성 없이 그저 나열되는데에 그쳤다. 이에 최종 대입제도가 결정되는 8월까지는 그 무엇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넋 놓고 있어선 안 된다. 지금 논의되는 내용들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향후 지혜롭고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에듀동아는 깜깜이 입시에 답답할 학생·학부모, 그리고 교·강사들을 위해 2022학년도 대입 개편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를 체계적으로 가늠해보고자 한다. ‘안갯속 2022 대입’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총 세 편의 심층 기획을 연재하는 것. 첫 번째 기획에서는 이번 대입제도 개편 방향의 핵심인 수능 평가 방법의 핵심 쟁점 요소를 속속들이 뜯어본다. 이어지는 두 번째 기획에서는 핵심 쟁점에 가려 잘 언급되지 않았지만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세 번째 기획에서는 이번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이 교육현장에 어떤 파급을 몰고 올지를 예측해본다.》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의 핵심은 수능 평가 방식의 변화다. 이번 개편안이 윤곽을 드러내기 이전부터 주목을 받았던 사안은 수능을 절대평가화하느냐, 현행 상대평가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느냐였다. 그런데, 이번에 교육부가 제시한 수능 평가 방법은 총 세 가지 안. △현행 상대평가 유지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등급제) △수능 원점수제 도입이 그것이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과 현행 상대평가 유지의 두 가지 선택지에 갑자기 ‘수능 원점수제 도입’이 끼어들어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상대평가는 현행과 같기 때문에 논외로 하더라도, 새로이 언급된 전 과목 절대평가제와 수능 원점수제는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어떤 사태가 초래될 수 있을까. 절대평가 도입으로 야기될 각종 부작용들을 원점수제 도입으로 보완해낼 수 있을까.   

○ 수능 절대평가 도입되면… “학생부 중심 전형 확대는 필연적”

수능 전 과목이 절대평가로 전환됐을 때 초래될 사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의 ‘학생부 중심 전형의 확대’다. 수험생의 고교 3년 동안의 기록인 학생부를 평가해 선발하는 학종 등의 학생부중심전형은 대학들이 신뢰할만한 평가 기준을 명명백백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아 ‘깜깜이 전형’으로 비판받고 있는 전형. 현재 주요 대학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학생부중심전형이 절대평가 도입과 동시에 더욱 확대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전 과목 절대평가제가 도입되면 1차적으로 어떤 상황이 발생할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전 과목 절대평가제는 현재 영어와 한국사 영역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절대평가를 전 영역에 도입하고, 수능 성적표에도 절대등급만 표시하는 방식이다. 90점에서 100점까지는 모두 1등급, 80점에서 89점까지는 모두 2등급을 받는 방식으로 등급이 산출된다. 

절대평가가 도입된다는 것은 같은 등급을 받는 수험생들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지금까지는 수능 각 영역에서 1등급을 받는 학생이 4%로 한정되어 있었지만 전국의 50만 수험생 중 90점만 넘으면 모두가 1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같은 등급을 받는 수험생들의 절대적인 숫자가 증가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대학이 수능 성적을 반영할 때 동점자가 대거 양산될 수 있다’는 말과도 같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대학은 수능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입시전문가들은 예측한다. 결국 대학은 수능 성적 위주의 정시전형 축소를 고려할 수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깜깜이 전형으로 비판받는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하게 된다는 것.  

이영덕 대성학원 학력개발연구소장은 “수능 절대평가제가 도입되면 대입 전형이 학생부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 교과 성적이나 비교과가 불리한 학생들은 대학 진학의 기회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면서 “또한 대학 지원 시 본인의 과목별 등급만 알 수 있기 때문에 합격 가능성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하는 선택을 하지 않아도 문제다. 대학이 절대평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능 성적 이외의 전형요소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면접이다. 우수한 수험생을 뽑는 것이 최대 과제인 대학들은 절대평가 수능으로 판단할 수 없는 지원자의 우수성을 면접과 같은 별도의 전형요소로 평가하려 할 것이고 이는 결국 수험생의 학습 부담이 가중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 수험생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하려고 하는 ‘수능 절대평가’가 오히려 수험생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모순된 결과를 낳는 것이다.

○ 수능 원점수제 도입되면… 과도한 사교육 성행할 가능성↑

절대평가가 시행될 경우 발생할 동점자 양산 문제. 물론 교육부도 이런 부작용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교육계 다수 전문가들은 “교육부의 이런 고민이 ‘수능 원점수제 도입’이라는 대안을 찾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수능 원점수제 도입, 그 본질은 무엇일까.  

교육부는 이번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 자료에 절대평가 부분을 설명하는 파트에서 “수능 100% 전형에 한해 대학이 원하면 수험생들의 원점수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단서조항을 포함했다.

사실 교육부 이송안에서 ‘원점수’는 총 두 번 거론된다. 그런데 각각의 결이 달라 구분해서 따져봐야 한다. 첫 번째는 앞서 살펴본 수능 절대평가로 야기될 부작용을 최소화할 보완책으로서의 원점수다. 변별력 확보를 위해 수능 100% 전형 동점자에 한해서만 수능 원점수를 공개하겠다는 것. 두 번째는 단독 평가기준으로서의 원점수다. ‘수능 원점수제’를 도입해 아예 원점수만으로 수능 성적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표준점수, 백분위 등 복잡한 점수 체계에서 벗어나 점수 산정방식을 단순화하고, 학생의 원점수 자체를 입시에 반영하여 대입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의도. 교육부의 의중이 통할까? 

일단 절대평가 부작용의 보완책으로서의 원점수든, 단독 평가기준으로서의 원점수든 수능 원점수제가 도입되면 원점수 100점을 맞기 위한 점수 전쟁이 다시 부활할 여지가 크다. 이는 곧 고액 과외 등 학부모들에게 큰 부담이 되는 과도한 사교육이 다시 성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보자. 상위권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A 학생. 수능 상대평가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현행체제에선 응시자 집단의 성향, 시험의 난이도를 고려해 산출되는 ‘표준점수’에 의해 합격이 결정된다. 즉, A 학생이 틀린 문제를 같은 시험을 치른 다수의 다른 수험생들이 모두 맞혀버리면 A 학생은 낮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A 학생은 ‘아는 것은 절대 틀리지 않는다’를 목표로 수능 공부에 매진한다. 

반면, 절대평가 체제로 전환되고 원점수를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면 이런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수험생 A는 무조건 만점을 목표로 수능 공부에 임해야 하는 것. 아는 것을 틀리지 않는 것이 최대 과제였던 현행 방식과 달리 ‘모르는 것도 반드시 맞혀야 한다’는 생각으로 수능 학습을 해야 하고, 이는 곧 최고난도 문제를 맞히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는 상황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비슷한 성적대의 최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는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만점을 받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수능 원점수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행 표준점수제를 도입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현행 표준점수제가 마련한 입시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잊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원점수제에선 국영수탐구 과목 총점이 중요해 특정 영역에서 실수를 저질렀거나 취약한 과목이 한 과목이라도 있다면 희망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없었는데, 표준점수제가 도입되면서 이런 단점을 보완했다는 것. 표준점수제는 수험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선택하고, 자신이 잘하는 과목을 조합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제도라는 지적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표준점수가 나온 계기가 응시집단의 성향이나 시험의 난이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원점수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는데, 다시 원점수제를 도입하는 것은 과거로 다시 회귀하는 것”이라면서 “원점수제 도입은 현행 수능 체제의 근본을 뒤 흔들 만큼 파급효과가 클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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